퇴행성 질환 '척추관 협착증', 보폭 좁아지고 허리 굽으면 의심 '양방향 내시경' 시대… 최소 침습으로 고령 환자에 적합 이대영 병원장, 세계 최초 '뼈 절제 없는 감압술' 개발
뼈 건드리지 않아 수술 부담 최소화… 통증·출혈 줄여 풍부한 임상경험 중요… 새길병원, 지난해 1590건 수술 진행 SCI급 저널에 논문 게재… 해외·국내 의료진에 술기 공유
80대 고령의 나이에도 허리를 펴고 정정하게 걷는 사람이 있는 반면, 60대에도 구부정한 허리를 잡고 힘겹게 걷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가 뭘까. 바로 척추 '협착'이다. 협착증은 노화와 함께 척추의 퇴행으로 신경이 눌리는 질환이다. 눌린 신경을 풀어주지 않고 계속 둔다면, 점점 힘이 빠지며 허리가 굽고 보행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특히 보폭이 좁아지고, 지면을 '꽝꽝' 때리며 걷는 사람은 협착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심해지면 보행 장애, 마비까지 이를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100세 시대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중요해졌다. 70·80대에도 척추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은데, 몸에 부담이 많이 가는 치료는 아무래도 회복이 힘들다. 고령의 환자들에게 적합한 최소침습 수술, 작은 뼈도 제거 하지 않는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80∼90%는 보존 치료, 추세 나빠지면 수술해야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연간 약 180만 명에 이르며, 그 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면 허리 통증은 물론, 하지 방사통과 다리 저림 등이 생긴다. 증상을 겪는다고 모두 수술하는 건 아니다. 80∼90%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인 방법으로 나아질 수 있다. 이대영 병원장은 "보행 거리가 줄고 허리가 숙여지면서 노인처럼 걷는 등 추세가 나빠질 때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착증의 수술적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압술로 알려졌다. 보통 '허리 수술'하면 척추에 나사못을 박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골 유합이 꼭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감압술은 최소 절개로 신경을 압박하는 비후된 인대와 골극을 제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최근 양방향 척추 내시경이 척추 수술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등 쪽에 5㎜ 정도의 작은 2개의 내시경을 통해 척추관 내 질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현미경 감압술보다 덜 침습적이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빨라 각광받았다. 다만,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도 신경 병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뼈를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대영 병원장은 그 작은 위험 부담마저 없애기 위해 2023년 말, 뼈를 삭제하지 않고 내시경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개발한 것. 이는 양방향 척추내시경술에서 골 절제를 생략한 새로운 치료법이다. 이 병원장은 "척추 뼈에는 본래 정상적인 구멍이 있는데, 내시경 기술을 활용해 이 구멍으로 접근했다"며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즉, 멀리서 봤을 때 뼈가 가려져 안 보인다면 가까이서 보고, 위가 아닌 아래로 구멍에 접근하고, 왼손을 쓸 때 안 보이면 오른손을 쓰면 되는 식이다. 그럼 절개해 수술할 때처럼 뼈를 건드리지 않고도 감압이 가능하다.
이 병원장은 "양방향 척추내시경술 자체로도 척추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으나, 좀 더 발전시킬 가능성을 봤다"며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수술 위험을 줄이고 척추의 구조적 안정성을 보존하는 치료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골 절제 없는 감압술', 환자 부담 최소화
협착증 수술에서 골 절제가 없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첫째, 뼈 출혈과 뼈 주변 조직의 손상이 적다. 뼈를 건드리지 않아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출혈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수술은 더 안전해진다. 둘째,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한다. 뼈는 기존의 모양 자체가 구조를 지탱하는 힘을 지닌다. 쉽게 말해 벽돌로 만든 벽이 있다면, 하나가 빠져 구멍이 있는 벽보단 당연히 구멍이 없는 벽이 튼튼할 것이다. 수술을 위해 뼈를 삭제하면 그만큼 척추뼈는 약해져 더욱 흔들린다. 수술 후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 과거에는 이 흔들림을 막기 위해 스크류(나사못)를 통해 척추를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그럴 필요가 없다. 셋째, 빠른 회복이 가능해진다. 특히 척추 질환은 노년기에 흔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환자는 수술을 견디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병원장은 "전신 마취의 위험성과 출혈, 감염 등 노인은 수술 후 회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내시경과 뼈를 건드리지 않는 기술로 치료한다면 많은 환자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 수술법은 선천성 기형이거나 협착 틈이 3㎜ 이하로 너무 좁은 경우만 제외하면 대부분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
내시경 임상 경험 풍부해야 가능
아무리 혁신적인 수술 방법이어도 성공적인 결과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역량에 달려 있다.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진행하려면 많은 해부학적 이해가 필요하고, 내시경 지혈 기술이 좋아야 하며, 양손을 능숙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새길병원은 2024년에만 1590건(마디 기준)의 협착 수술을 골 절제 없는 감압술로 진행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이대영 병원장은 환자에게 위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 침습 수술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나이가 많은 환자는 보존적 치료를 해야 한다"며 "척추 수술 때도 90% 정도는 하반신 마취만 한 채로 수면 유도 없이 환자와 얘기하면서 수술한다"고 말했다. 고령 환자는 수면제만으로도 섬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이를 예방하는 동시에 빠른 회복을 위함이다. 이 병원장은 골 절제 없는 감압술(NLBD)을 SCI급 저널에 세계 최초로 게재했으며, 해외 및 국내 의료진에 해당 술기를 공유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새로운 척추 수술 시대로의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협착증 예방과 치료 핵심은 '코어' 근육 훈련
치료 후에는 꾸준한 재활과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허리가 아프면 보통 운동을 통해 코어 힘을 키워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대영 병원장은 "협착증 환자들은 코어 근육을 '강화' 하는 게 아니라, 코어를 '인지'하고 일상에서 허리를 적게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착은 코어 힘을 떨어뜨려 균형을 잃게 만드는 것으로, 결국 허리가 흔들리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생활하는 습관을 기르면 된다. 코어 근육은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횡격막, 복횡근, 다열근, 골반기저근으로, 이들 힘이 좋아야 허리가 흔들리지 않고 균형이 잡힌다. 새길병원에서도 재활 치료 때 아랫배에 힘을 잘 주고 앉기, 서기, 걷기 훈련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훈련이 된다면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는 게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자세 중 하나인 배를 내밀고 상체를 뒤로 젖히는 것은 오히려 척추에 부담을 준다. 머리와 팔의 무게가 아랫배와 허벅지로 분산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에는 걸을 때 부드럽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균형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젊은 사람처럼 보행하는 습관을 스스로 터득해야 좋아진다. 이 병원장은 "척추의 건강은 노년기 신체적 자유와 직결된다"며 "아랫배에 힘을 주는 생활 습관과 빠른 치료를 통해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